'형사 특별법' 우후죽순…판사들도 "헷갈려"

입력 2015-12-18 18:15  

대형사건 터질 때마다 여론따라 '과잉 입법'

성범죄 관련 특별법만 7개

작년 1심 특별법 적용 14만여건
형법으로 처리한 사건보다 많아

특가법 등 잇따라 위헌 판정
"형법체계 서둘러 재정비해야"



[ 김병일 기자 ]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형사 특별법을 적용해 처리한 사건(14만1442건)이 형법상 죄명으로 처리한 사건(12만5635건)보다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형법 조항은 39개에 불과하지만 형사 특별법은 300개가 넘는 등 특별법 과잉 입법이 초래한 결과다. 포퓰리즘 성향이 짙은 형사 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도 잇따르고 있어 대폭적인 법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 난립…판사도 헷갈려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2015사법연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1심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판결을 선고할 때 적용한 특별법은 215개에 달했다. 법률 이름이 명시되지 않은 ‘기타 특별법’을 통해서도 417건이 처리됐다. 성범죄는 특별법이 7개나 된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판사들도 헷갈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안도 공직자윤리법에 대한 특별법이다.

특별법은 급변하는 사회를 법체계가 뒤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간격을 메워주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특정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질 때마다 국회에서 서둘러 땜질하는 식으로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법체계가 뒤죽박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법의 특별법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횡령·배임죄는 대표적인 반(反)기업 조항으로 꼽힌다. ‘5억~50억원은 3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식으로 액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한 판사는 “검찰이 특정 기업을 손보고 싶어 할 때 형법보다 특경가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재현 CJ 회장을 특경가법상 배임혐의로 기소했지만 액수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못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범정부 차원 체계화 작업 검토해야

최근 형사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잇따르면서 법체계 정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지난 9월 폭력행위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심판 대상 조항 이외에도 상당수 조항에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이 청구되면 위헌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입법평가위원회에 참여 중인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는 “미국 독일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특별법 등을 체계화·법전화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징역형 벌금형 등이 규정된 형사법제는 예견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민법 등 다른 법보다 더 필요하기 때문에 서둘러 형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은 쉽지 않다. 특별법도 그 나름의 제정 이유가 있고, 포괄 범위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형법 등 기본법에 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은 “일반법에 모든 법 조항을 담는 게 원칙이지만 법을 개정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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